프리랜서 디자인 일을 하고 있지만, 일이 6개월 넘게 없었다.
그동안 엄마 아빠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돌봐주었다.
40이 넘은 딸의 카드값을 내주고, 먹이고 입히는 일까지.
말로는 '괜찮다'고 했지만, 나는 그 말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고 있었다.
아프다는 이유로 가만히 있는 게, 왠지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
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.
곰곰이 고민하다가, 지금 살고 있는 집과 본가를 오가며
‘4도 3촌’의 삶을 실험해보기로 했다.
살던 집은 단기 임대로 돌리고,
나는 양양과 본가를 떠도는 삶을 시작한다.
생각보다 짐이 많았다.단순히 옮기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,
실행에 들어가니 ‘내가 뭘 시작한 거지’ 싶은 마음도 들었다.
하지만 나는 해봐야 아는 성격이다.
그래서 일단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.
1층에서 4층까지, 연약한 두 다리를 움직이고
아빠의 도움을 받으며, 하나하나 열심히 날랐다.
도저히 안 들어갈 것 같은 짐도
끼워 맞추면 또 마법처럼 들어가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다.
이틀 동안 열심히 몸을 쓰다 보니 팔다리는 쑤셨지만,
‘뭔가 하고 있다’는 뿌듯함이 있었다.
짐은 이제 70%쯤 옮겼고,
남은 짐을 실어 양양에 가서 다시 정리를 해야 한다.
그렇게 바삐 움직이던 중,
정말 오랜만에 일이 들어왔다.
“7월 초쯤 작업 가능하실까요?”
이렇게 반가운 문자, 정말 오랜만이었다.
“네 가능합니다. 감사합니다. 알겠습니다.”
연거푸 답하며, 그 안에 새로운 나의 공간도 다시 정리해야겠다고 다짐했다.
이제 정말, 엄마 아빠의 품을 떠나
내 힘으로 나를 먹여 살려야 한다.
혹시 이 선택이 나중에 잘못된 것이었다 하더라도,
나는 이번에도 ‘선택’을 하기로 했다.
그리고 그 선택을, 나답게 살아보기로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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